오늘의 초딩이 직접 고른 그 책은
책을 왜 읽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책은 재미가 없다.
책을 읽기가 싫다.
이런 말들을 늘어놓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다.
우리 꼬맹이들, 재밌는 책이 얼마나 많은데
겨우 몇 권 부시럭대보곤 그런 소리를 할까.
자, 소금이랑 후추랑 준비해서 출발해보자.
[책 먹는 여우] 고고!
내게는 이름도 어려운
프란치스카 비어만 님의 작품 [책먹는 여우]는
책을 음식으로 표현해 아이들의 이목을 주목시킨다.
수험생들이 교과서나 학습지를 다 공부하고나면
책을 한 장 씩 찢어 꿀꺽 삼켰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때는 단지 독하다고 생각했지
그 시험지들이 맛있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 활자들이 꼭 기억에 남길 바라는
간절함의 극단적인 표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여우 아저씨는 다르다.
뭐랄까. 종이들을 먹기 위해서 책을 읽는 달까.
책을 다 읽은 한 꼬맹이가 내게 다가와
종이는 무슨 맛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나도 아직 못 먹어 봤는데.
우리 같이 먹어 볼까?^^
꼬맹이는 어이없는 얼굴을 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사회가 용인하는 범위 내라면
할 수 있는 경험은 최대한 해보는 것이 좋다는 주의인데 요 녀석이 함께 그 경험을 해보자는 말을 일언지하에 표정으로 거절하다니. 속상해 속상해.
어쩔 수 없이 혼자 라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사. 소금이랑 후추가 없네.
다음을 기약하자.
[책먹는 여우]의 줄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먹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늑대아저씨는
전재산을 책 구입으로 탕진하고
국립중앙도서관이라는 핫플레이스를 찾게 된다.
공짜인데다 맛있는 장서들이 수두룩한 이곳에서
여우 아저씨는 신나게 먹방을 찍기 시작한다.
하지만 행복한 포만감의 시간도 잠시,
여우 아저씨를 눈여겨 보던 사서선생님께
행적이 발각되어 출입금지를 통보받는다.
책을 그만큼이나 읽었으면
공공의 물건을 함부로 다루면 안된다는 사실 정돈
알고 있었을텐데(그러니 몰래 숨어서 먹었겠지만)
여우 아저씨는
순진한 얼굴의 능구렁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책값 변상하라고도 안하고 그냥 쫓아내기만 하다니
사서선생님 은혜가 한량없다.
여우 아저씨,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그만큼 쫄쫄 굶었으면 일을 할 생각을 해야지
서점을 털기로 맘을 먹다니.
게다가 그냥 복면도 아니고
뚱뚱이 할머니의 털모자를 빌려 쓰고
범행을 저지른다.
이 나쁜 여우 아저씨.
뚱뚱이 할머니가 범인으로 오해받으면 어쩌라구!
여러가지 이유로 대단한 아저씨임은 확실하다.
여우 아저씨는 서점에서 책 24권을 훔치는데
왜 하필 24권일까?
별 의미 없는 숫자일지도 모르지만
혹 작가님의 무슨 의도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잠시 고민도 해보았다.
훔친 책을 다 먹기도 전에 체포되고만 여우 아저씨.
여우 아저씨에게 독서 절대 금지라는 벌이 내려졌고
아저씨는 점점 더 말라갔다.
하지만 우리 여우 아저씨가 누구인가!
여우 아저씨는 교도관 빛나리 씨를 꾀어낸다.
여기서 잠깐 짚고 가자.
빛나리 씨.
그렇다. 교도관 빛나리 씨는 대머리다.
다소 잔인한 작명이란 생각이 든다.
여우 아저씨는 종이에 글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찌나 아는 게 많은지 거침없이 써내려간다.
교도관 빛나리 씨는 여우 아저씨가 쓴 글들을 읽게
되고 점차 빠져들다 완전히 펜이 되고 만다.
그리고 빛나리 씨는 교도관 일을 그만둔다.
그렇다.
여우 아저씨 만큼 교도관 빛나리 씨도
야심가 였던 것이다.
처음 여우 아저씨가 서점을 털었을 때
그냥 서점에서 일을 했더라면 '오늘의 사원'과 같은
최고의 사원이 되었을 거라며 나는 혀를 찼었다.
그런데 여우 아저씨의 그릇은
그런 작은 서점의 사원 따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세계를 뒤흔드는 최고의 작가
나같은 소인배는 차마 해보지 못할 배팅에 성공한
여우 아저씨는 이제 부자가 되어 늘 배부르게 된다.
여우 아저씨의 재능을 단박에 눈치 챈
교도관 빛나리씨 역시 최고의 부자가 된다.
엄청난 노력과 타고난 재능이 있거나
그런 재능을 지닌 사람을 알아볼 눈이 있거나
둘 중 하나는 되야 하는데
나는.. 그냥 깜냥대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책먹는 여우]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평해지는 책을
즐겁게 읽고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그 많은 노력과 경험들이 모여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제법 인기가 많은 도서라 많이 너덜너덜해져서
새 책을 사야겠다 싶어 서핑을 하다
재미있는 알라딘 이벤트를 찾게 됐다.
책먹는 여우 20주년 에디션
예쁜 한정판 일러스트 지퍼파일을 준다고 하니
혹시 도서 구입할 계획이 있으시면 참고하시라.
이건 좀 딴 소리인데,
지퍼파일도 좋지만
여우소설 소금과 후추를 선물로 준다면
더 의미있고 맛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아웅, 다음엔 소금이랑 후추 꼭 가지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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