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일어나라. 늦었다. 빨리해라.
가방은 챙겼니? 연필은 깎았어?
오늘 체육들었는데 이 옷입어라.
물 부터 한 모금해. 김치도 좀 먹어야지.
시간 다 됐어. 대체 왜 이렇게 굼떠.
마치고 곧장 와. 문방구 들리기만 해.
쾅!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아이들 학교를 보내고 나면 정말 진이 다 빠진다.
지가 학교 가지 내가 학교 가나
어찌저리 세월아 네월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챙겨주는 엄마 성의도 모르고 몇 마디 좀 했다고
뾰로통 해서는 문이나 쾅 닫고 가는 저! 저!!
오늘 소개할 도서는 꼬맹이들이 고르기도 했지만
꼭 엄마에게 읽혀주고 싶은 책으로 선정된 아이다.
시작해보자.
[엄마의 걱정공장]
/글 이지훈 /그림 김고은
/거북이북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글들은 참 감정이입이 잘 된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재미있다.
[엄마의 걱정공장]의 주인공 한울이는
엄마의 걱정 덩어리 그 자체다.
친구 준영이와 다퉈 준영이의 엄마가 항의를 하러
오는 장면으로 동화가 시작되는데, 이것만 봐도 평소
한울이가 얼마나 개구쟁이인지 알 수 있다.
동화 내용의 초반부 대부분이 한울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잔소리 폭격으로 이루어지는데
계속 읽다보면 정말 극심한 피로가 몰려온다.
하지만 낯설지 않은 저 잔소리들.
어릴 때는 내가 들었고,
지금은 내가 늘어놓고 있는 저 잔소리들.
살짝 뜨끔도 하지만 나는 저 정도는 아니야 라고
애써 고개를 저어본다. 음. 아닐거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개미 똥만큼도 없는 엄마에게
지치고 화가난 한울이는 어느 날 밤, 하늘을 나는 빨간자동차를 타고 엄마의 걱정 공장으로 가게 된다.
걱정 공장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에게서
놀라운 비밀을 전해들은 한울이는
엄마의 걱정과 잔소리를 잠재울 묘책을 생각해내고
곧장 실행에 옮긴다.
한울이의 계획은 적중했고,
엄마는 그 후 어떠한 걱정도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걱정은 커녕 언제나 행복한 모습의 엄마.
한울이는 이 모든 것이 꿈만 같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은 왜 있으며
사람들이 왜 모두 지치고 힘들어하겠는가.
한울이도 다르지 않았다.
걱정공장에서는 불량품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엄마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조차 한울이에게
무조건 적인 믿음과 신뢰를 쏟았다.
잘못한 일도 모두 친구의 탓일뿐
엄마에게 한울이는 믿음 그 자체였다.
엄마는 나를 이제 하나도 걱정하지 않아요.
울먹이는 한울이의 목소리.
그러게 왜 그랬어. 평소에 좀 잘하지.
걱정을 해도 난리 안해도 난리.
자식 키우기 참 힘들다.
감화를 목적으로 한 동화이기에
결말은 모두가 생각하는 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나는 이 책을 두 번 연속으로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참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걱정과 잔소리들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것들이다.
아침이라고 늦는다고 빨리 일어나라고 할 때도
사실 아직 등교시간까지는 1시간이나 남았고
밥상에 앉기도 전에 물부터 한모금 하라고 채근하고
이제 밥 한 술 뜬 아이에게 김치도 먹으라며 난리다.
늘 아이를 기를 때, 그리고 교육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라고 강조하면서
예방과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강요를 하고 있던 것이다.
아이가 너무나
천방지축 개구쟁이 느림보 고집쟁이라
힘들어 죽겠다는 엄마 아빠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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