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위인 중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 질문에 초등학생 중 팔할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을 꼽는다.
이건 본인도 인정. 얼마나 대단하신 분들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리고 우리 꼬맹이들은
이 분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부분은 이 두 위인의 결과에 주목한다.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관심있는 경우는 드물다. 사실 그런 고뇌에 대해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썰을 풀어 놓은 도서는 흔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초딩이 직접 고른 그 책]은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이번주 초딩이 직접 고른 그 책,
세종대왕의 외로운 길 [ 초정리편지 ] 되시겠다.
한 마디로 이 책을 표현하자면
'완전 재밌다!'
이 말이 딱이다.
처음 이 책을 구입하고 먼저 읽어보았다.
책이란 자고로 장르불문하고 재미있어야한다.
이 때의 재미는 당연히 하하호호 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슬픈 책은 슬퍼야 재밌는거고, 무서운 책은 무서워야 맛이고, 경제든 철학이든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뇌리를 치면 그게 재밌는거다.
초정리편지는 아주 재미있다.
나는 주로 초4~초6 꼬맹이들과 중학생 돌맹이들에게 초정리편지를 권한다. 그런데 이 책을 처음 받아든 애기들 표정이 가관이다.
재미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말은 못하고 우짜노 이제 죽었다, 이 책은 언제 다 읽나 하는 표정이다.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
속여먹는데 속이는게 아닌 그런 기분이랄까.
나의 짓궂음에 이미 읽은 애기들은 신이 나서 거든다. 진짜 재밌어 하면서 말이다.
처음엔 삽화가 좀 더 귀욤귀염했으면 어땠을까,
제목이 더 쌍콤했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출판사와 무엇보다 작가의 의도가 분명할진데
책에 애정이 넘치다 보니 아이들이 집어들기엔 좀 힘든 구석이 있어 속상해서 끄적여본다.
개인적으로는 삽화도 귀엽고, 제목도 너무 좋다.
어린이들 동화인데 연령대가 높아도 상관없는 책이다.
사설이 길어졌다.
세종대왕을 존경하는 친구들이
세종대왕을 사랑하는 친구로 만들어줄 책이다.
흔히 다루는 한글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물론 그 과정 역시 험난하기 그지 없었지만)
한글 창제의 취지, 반포 과정의 고난이
장운이라는 작은 소년의 눈으로 잘 그려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너무나 편하게 쓰고 있는 이 한글이
얼마나 많은 억울한 사람을 없애주었고
시대를 변화시키는 초석이 되었는지
어려운 말로 설명하지않아도 아이들은 가슴으로 넙죽 받아먹을 수 있다.
장운이가 빠르고 쉽게 한글을 깨치고,
일자무식이었던 누나와 편지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위정자들이 왜 한글반포를 그리 반대했는지 알 것 같다. 글을 알고 소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한 편으론 무서운 일인가.
세종대왕 입장에서도 장운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이리 영특하고 의리있고 사랑스런 아이라니.
장운이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세종이 의도했던 나비효과를 온몸으로 실현해낸다.
나였다면 저리 할 수 있었을까?
세종대왕이 선택해주기나 했을까? 훗훗
꼬맹이, 돌맹이들 읽히기 전에
통과의례처럼 심드렁 하게 읽기 시작한
초정리편지 가
이제 내 첫번째 픽이 되었다.
인물, 사건, 배경에 초점을 맞추고
줄거리를 빠르게 훑어내리던 직업병이
이 책에는 통하지 않았다.
정말 내리 줄줄 재밌고 즐겁고 슬프게 읽었다.
연거푸 2회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이 책이 꼭 맞는 아이들을 선별해 먼저 권했다. 역시나 예상은 적중했고 아이들은 세종대왕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책 속 중세국어를 물어오는 녀석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아는 척도 좀 해줬다.
저학년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표현이 많다.
초등 고학년이 안성맞춤이고 중학생이랍시고 중등도서만 보다 힘이 빠진 중등에게도 추천한다.
재밌다. 믿어보시라.
초정리 편지, 이 자리를 빌어 배유안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존경합니다.
양장본으로 다시 구입해야겠다.
너덜너덜해져서 버린 것만 3권째.
재밌게 읽는 건 좋은데 깨끗하게 좀 보자, 애기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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