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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초등)

우주 호텔 [초딩이 직접 고른 그 책 / 초6교과수록도서 / 여기가 바로 우주호텔 ]

by 북쇼퍼 쥬토피아 2021. 5. 17.

우주 호텔.
6학년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얇기도 얇을 뿐 더러 삽화 크기가 어마무시하다.
글씨도 대빵만하고 무엇보다 짧다.

아니 이런 가뭄의 단비가 있단 말인가.
6학년 꼬맹이들은 입가를 씰룩거리며 다투어 이 책을 집어든다. 말없이 대출해주는 나.
독후활동 할 때 두고 보자 꼬맹이들 후훗.

글밥 많은 장서 노출을 강요받는 6학년 꼬맹이들이
초등 교과수록도서 코너에서
꼭 한 번은 집어드는 그 책.
[ 우주 호텔 ]
이 주의 초딩이 직접 고른 그 책 되시겠다.

책이 참 밝다

이 책을 대출해간 친구들의 부모님께 가끔 이런 연락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런 책을 6학년이 봐도 되냐고.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순간 고민한다.
1 이런 저학년 책을 보게 하느냐
2 이런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겠냐

만약 선자라면
어머님이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그럼 대부분 이해하신다.

후자라면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간다.
정말 폐지 줍는 이상한 할머니 이야기 정도로만
받아들이고 공감이 전무후무한 아이에 대해
함께 울고 웃는다. 후자의 경우는 딱 한 번 있었다.

우주 호텔은 문장이 참 담백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읽기 쉽다고 느끼지만
페이지가 넘어 간 것에 비해 이해가 쉽지 않다.

도서를 읽기 전이라면 아이에게 퀴즈를 내줘보자.
이 책의 제목이 왜 우주호텔 인지.

종이 할머니

이 글의 주인공인 종이 할머니는 억척스럽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
할머니의 모습은 본인이 전혀 원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외로움이 똘똘 뭉쳐 할머니의 고개를 땅에 납작이 붙여버린다.

이 책이 어려운 이유는
직설적인듯 하면서 은유적인 비유들 때문이다.

갈라진 틈으로 사라지면 그 뿐 아니겠어
라고 읇조리는 할머니를 보며
그 인생사가 얼마나 고달팠을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눈에 혹 난 할머니와의 첫 만남

종이 할머니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침범할 듯한 사람과
철저히 벽을 쌓는다.
하지만 미안함이 깔린 분노는 할머니의 고개를 더욱 하늘에서 멀어지게 한다.

아이들이 우주 호텔을 읽을 때 중요한 부분은
바로 종이 할머니를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
그 것 이다.

한방에 밀어버리는 종이 할머니는 힘이 쎄다.
리어카를 오래 밀고 다녀서 그러가 보다.

실제로 이런 독후활동 내용도 봤다.
같이 울어보자 우리 꼬맹이 ㅜ
아니다. 그래, 그것도 색다른 시선이니 환영한다.
정답은 없다.

메이의 우주 그리고 문제의 우주 호텔

꼬맹이들이 독후활동할 때 가장 많이 펼쳐놓는 페이지다. 덕분에 반으로 갈라져버렸다.
또 사면 된다 ㅜ

문제의 우주호텔, 포도송이와 뽀뽀나

종이 할머니에게 다시 하늘을 돌려준 친구, 메이.
메이는 자기 맘 가는대로 자기 할 말만 하고 훌쩍 달려가 버린다. 덕분에 종이 할머니는 애가 타고 기다림이란 걸 다시 경험하게 되고 우주호텔까지 도착하게 된다.

메이 요녀석,
알고보니 밀땅의 귀재였다.

하늘로 조금씩 고개를 드는 종이 할머니

눈에 혹 난 할머니와의 에피소드는
하늘을 보기 전과 후의 종이할머니의 변화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사과가 아닌
너무 싸게 파네
라는 말로 미안함을 표하는 종이 할머니의 모습에서
많은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될수록 진정한 사과를 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모두가 원하지만 모두가 두려워하는 일, 그런게 점점 더 많아지는 어른.
우리 모두가 종이 할머니일지 모른다.

참 밝다 두 할머니의 모습이 참 맑고 밝다

나는 이 삽화가 참 맘에 든다.
이 삽화는 표지와 같은 그림이다.
그런데 새삼 맘에 드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읽기 전의 나는 몰랐던 부분이
읽고 난 후의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두 할머니
검은 색으로 온통 칠해져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는 두 할머니의 저 실루엣이 날 울컥하게 했다.
예쁘다. 할머니들의 모습이 참 감사하다.

참 재밌고 어려운 도서다.
우주 호텔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