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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초등)

종이 봉지 공주 [초딩이 직접 고른 그 책 / 초2 교과수록도서 / 진격의 공주 스토리]

by 북쇼퍼 쥬토피아 2021. 5. 24.


종이 봉지 공주
제목 만으로도 꼬맹이들 손이 절로 간다.
일단 공주 라는 단어가 동화책 느낌 뿜뿜 풍기고
종이 봉지 라는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 제목 만큼이나 줄거리 역시 재밌는 책
이 주의 초딩이 직접 고른 그 책,
[ 종이 봉지 공주 ] 다.


초라한 모습의 공주와 배부른 용


아름다운 성에서 멋진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디즈니도 이제는 손절한 구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이 책은 아주 적절치 못하다.

공주와 왕자가 나오고 용이 나오고,
분명 보통의 완벽한 동화 프레임은 갖추었지만
종이 봉지 공주의 줄거리는
공주의 사랑이 아닌 공주의 성장에 맞춰져있다.


아직 사람 보는 눈이 많이 부족한 엘리자베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결혼을 앞둔 아름다운 공주다.

첫 삽화를 보면 약혼자 로널드를 바라보는
엘리자베스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반면, 로널드 왕자는 잔뜩 폼만 잡고 공주를 등지고 서있다. 책 속 삽화는 마치 시 처럼 많은 내용을 함축해서 보여준다. 첫 삽화 부터 영 심상치 않다.
복선이 확실하다.


대노한 공주


어느 날,
갑작스럽게 엘리자베스는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그런데 여느 공주들과 달리 주저 앉아 구슬피 노래를 부르거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종이 봉지를 옷 삼아 입고 용을 향해 진격한다.

모든 것이 타 버린 상황에서도 타지 않은 종이봉지,
입고 있던 옷은 타버려도 살아남은 엘리자베스
이 둘의 궁합이 보통 예사롭지 않다.


알고보니 용 조련사였던 엘리자베스


공주가 용을 물리치는 방식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긴 하다. 장화신은 고양이 등 비슷한 방식으로 상대를 무찌르는 동화가 몇몇 있다. 조금 다른건 용을 기진맥진하게 만드는 정도에서 끝났다는 것?

하지만 아이들은 공주의 영민함에 놀라고
용의 별볼일 없는 체력에 킥킥댄다.

그런데 어른이기 때문에 보인걸까.
공주의 지혜가 용은 넉다운 시켰지만
숲은 백군데 이상이 활활 불에 타고 말았다.
일도 신경쓰지 않는 아이들 속에서
불편한 건 나 혼자다.

종이 봉지 공주의 뒷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수업내용이 있던데, 용을 이용해 숲을 재건하는 결말을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뼛 속 까지 어른이구나 할지 모르지만 이왕 이리 된 거 나라를 일으켜세워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너나 잘하세요 로널드씨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하러 온 약혼녀에게
외모지적질이나 해대는 로널드는
엘리자베스의 껍데기 발언으로 일축된다.

로널드가 말하는 진짜 공주
엘리자베스가 말하는 진짜 왕자
결국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였던 것이다.

종이 봉지 옷을 입고
노을 지는 석양을 향해 달려가는 엘리자베스는
성장 그 자체의 자유를 보여준다.



동화를 보며 기승전결 완벽한 인과관계를 따지는 건 참 의미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은연 중에 종이 봉지로 옷을 해입은 공주의 털털함 그리고 용과 맞서 싸우는 담대한 지혜를 배우고, 세상에 저런 공감 능력없는 못난 사람도 있구나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래서 동화는 어렵고, 그 은연 중의 파급이 무섭다.
나름의 열린 결말을 보여주는 종이 봉지 공주는  그래서 그 재미가 더 배가 된다.

엘리자베스라는 강한 주인공으로 인해
종이 봉지 공주를 단순히 여자아이를 위한 도서로 취급해선 안 된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있을 수 없는 것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라 생각한다.

종이봉지공주는
늘상 내려오던 성역할에 대한 반전도 멋지지만
한 인간의 깨달음과 성장이야말로 로버트 문치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도서
그래서 각양각색의 다양한 독후활동이 쏟아지는 도서
[종이 봉지 공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