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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중고등)

구미호식당 [쥬토피아의 진짜독후활동/내가 만일 오늘 죽는다면?]

by 북쇼퍼 쥬토피아 2021. 6. 16.

내가 만일 오늘 죽는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그 어떤 준비도 슬픔도 노여움도 느낄 사이없이
갑작스럽게 죽음이 찾아온다면
못다한 삶에 대한 미련으로 망연자실하고 말 것이다.

오늘 소개할 쥬토피아의 진짜독후활동
[구미호 식당]이다.


구미호 식당
박현숙 장편소설
특별한 소재





표지며 제목이며 아이들의 손이 절로 간다.
[구미호 식당]은
죽은 자의 49일이라는 독특한 소재
아주 재미있고 섬세하게 그린 소설이다.

급한 맘과 달리 성의는 다소 부족한 구미호의 간판



마흔 두살의 호텔 셰프 출신인 민석
엄마가 도망간 집에서 천덕꾸러기로 자란
열다섯살 도영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죽은 후,
망각의 강 앞에서 구미호 서호를 만나게 된다.

세상에 미련이 너무 많은 민석과
세상에 미련 따위 없는 도영은
당만동이라는 지연과 같은 날 죽었다는 연민에
함께 49일과 뜨거운 피를 교환하는
구미호 서호와의 계약을 하게 된다.

도영아 다시 잘 생각해봐


무슨 생각인지 도통 알 수 없지만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듯한 민석은
식당 밖을 벗어날 수 없다는 규칙을 뒤늦게 깨닫고
직접 식당을 운영해 자신이 찾고 있는 그 누군가가
식당으로 찾아오도록 만들기로 결심한다.

어떠하든 아무 상관이 없는 도영은
그런 민석을 도와 식당 일을 돕기로 한다.

크림 말랑


그렇게 크림말랑은
민석의 그 누군가를 위해
구미호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가 된다.

굵고 짧은 출연자 서호


제목이 '구미호 식당'이라
식당을 꾸려 사람들 간을 빼먹는(?) 그런 이야기를
조금은 기대했었는데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49일 동안
다시 생을 살며 죽은 이가 한을 푸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말하면
굳이 서호의 역할을 구미호가 맡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 잘못된 신념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에 대한 교훈을 주기에 중요한 소재였을지 모르지만 구미호가 아니라 저승사자나 또다른 한 맺힌 귀신이었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어보였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구미호의 등장이 적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구미호 식당은
민석과 도영의 삶을 따라가며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반성하고 깨닫고 기뻐하게 된다.


누구보다 충만한 사랑인 줄 알았던 그 사랑이
실은 집착과 아집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민석과
나 따위 죽어 없어져도 물어줄 스쿠터 값이나
걱정할 것이라 생각했던 가족들이 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을 너무나 사랑했음을 깨달은 도영.

우리 역시 민석, 도영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나 역시 오늘 갑자기 죽는다면 정말이지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해서 당장 서호와 계약을 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뼈가 부서지고 살이 문드러지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들과 똑같이 부득부득 밖으로 나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눈물을 흘릴 것이다.

글쎄. 그렇다고 해서 민석이나 도영이 처럼
49일이 지난 후 깔끔하게 털어버리고 떠날 자신은 없다. 정말이지 나란 사람은 언제나 소인배다.




나는 혹시 누군가를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생각하는 신념과 가치관이 틀린 건 아닌지
나는 과연 오늘 원 없이 열심히 즐겁게 살았는지

사는 것에 치여
일상이 너무나 권태로울 때
가볍게 읽고 마음이 묵직해지는 책이다.


구미호 식당
제목도 줄거리도 던지는 주제도
여러분에게 확실한 재미를 줄 것이다.